[산타마리아노벨라 프리지아 후기] 800년 전통이 만들어낸 완벽한 비누향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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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태크하는 흑곰

막 샤워하고 나온 듯한 청순함, 이것이 바로 향수계의 ‘첫사랑’이다

향수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향이 있다면, 저는 주저 없이 산타마리아노벨라 프리지아를 꼽을 거예요. 마치 방금 전 깨끗한 수건으로 몸을 닦고 나온 듯한 그 순수함이란… 정말 반칙 아닌가요? 오늘은 이 매력적인 향수에 대해 속속들이 파헤쳐보려고 해요.

산타마리아노벨라 프리지아 이미지

1. 800년 역사 속에서 탄생한 기적 같은 이야기

산타마리아노벨라의 역사는 정말 드라마틱해요. 1221년, 지금으로부터 무려 800년 전 이탈리아 피렌체의 한 수도원에서 시작된 이야기거든요. 당시 도미니크회 수도사들이 정원에서 직접 키운 약초로 치료약을 만들었는데, 그 효능이 워낙 뛰어나서 수도원 밖 사람들까지 찾아올 정도였다고 해요.

중세 수도원의 약초 정원과 수도사들이 약을 조제하는 모습을 담은 빈티지한 일러스트

그런데 여기서 진짜 흥미로운 건, 이들이 최초로 향수를 만든 게 1553년이었다는 거예요. 그것도 상업적 목적이 아니라 메디치 가문의 카트리나 공주 결혼 선물로 말이죠. 이 향수가 바로 지금의 ‘아쿠아 델라 레지나’의 전신인 ‘아쿠아 디 콜로니아’랍니다. 카트리나 공주가 이 향을 너무 좋아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선물했다니, 지금으로 치면 완전 인플루언서 마케팅이었던 셈이죠!

산타마리아노벨라 프리지아가 탄생한 건 비교적 최근인 1980년대인데, 당시 조향사들이 브랜드의 전통적인 제조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했어요. 실제로 이 향수를 만들 때도 전통적인 증류법을 사용하는데, 이게 바로 다른 프리지아 향수들과 차별화되는 포인트예요.

2. 노트 구성과 시간에 따른 향의 여행

산타마리아노벨라 프리지아의 노트 구성을 표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아요:

단계주요 노트지속시간특징
탑 노트프리지아 어코드0-30분싱그럽고 깨끗한 첫인상
미들 노트바이올렛, 캐비지 로즈 앱솔루트30분-2시간부드러운 꽃향기의 조화
베이스 노트아이리스, 머스크2시간 이후포근한 파우더리함

산타마리아노벨라 프리지아의 매력은 시간이 지나면서 보여주는 변화에 있어요. 처음 뿌렸을 때는 화사한 꽃향기와 함께 약간 쨍한 비누향이 느껴지는데, 이게 바로 알데하이드 특유의 깨끗함이에요. 그런데 신기한 건, 시간이 지나면서 이 쨍한 느낌들이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해진다는 거예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걸 ‘단일노트’ 향수라고 생각하시는데, 실제로는 이렇게 복합적인 구성을 가지고 있어요. 다만 향의 변화가 그렇게 극적이지 않아서 일관된 느낌을 준다는 게 특징이죠. 특히 미들 노트에서 나타나는 캐비지 로즈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데, 이게 있어야 단순히 깨끗한 향이 아니라 ‘여성스러운’ 향이 되거든요.

3. 비슷한 향수들과의 차이점

산타마리아노벨라 프리지아와 비슷한 계열의 향수들을 비교해보면:

향수명브랜드유사점차이점
잉글리시 페어 앤 프리지아조 말론프리지아 노트 공통더 플로럴하고 달콤함
클린 리저브 스킨클린깨끗한 비누향더 미니멀하고 단순함
러쉬 더티러쉬비누 계열더 진하고 무거운 느낌

조 말론의 잉글리시 페어 앤 프리지아와 자주 비교되는데, 조 말론 쪽이 더 플로럴하고 달콤한 반면, 산타마리아노벨라 프리지아는 더 깨끗하고 하얀 비누향에 가까워요. 마치 고급 호텔 수건 냄새와 집에서 쓰는 섬유유연제 냄새의 차이랄까요?

클린 리저브 스킨과도 비교해보면, 클린 쪽이 더 현대적이고 미니멀한 느낌이라면, 산타마리아노벨라 프리지아는 좀 더 클래식하고 우아한 느낌이에요. 러쉬 더티는 아예 다른 방향인데, 진짜 비누를 갈아서 만든 것 같은 진한 느낌이라 호불호가 갈려요.

4. 향을 맡았을 때 떠오르는 세 가지 이미지

첫 번째: 햇살 가득한 빨래방

갓 세탁한 하얀 이불을 털어내는 순간의 그 포근함이 떠올라요. 도브 비누로 막 씻고 나온 뒤 자연스럽게 살에 남은 비누 향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깨끗함 그 자체예요.

햇살 가득한 빨래방

두 번째: 순수한 첫사랑의 기억

고등학교 때 짝사랑하던 그 애가 지나갈 때마다 풍겨오던 그 은은한 향 같아요.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우면서도 기억에 남는 그런 매력이 있거든요.

순수한 첫사랑의 기억

세 번째: 봄날의 꽃집

꽃집에서 실제 프리지아 향을 맡아봤는데, 놀랍게도 향수와는 조금 달랐어요. 왜냐하면 향수에 쓰이는 프리지아는 실제 꽃에서 추출하는 게 아니라 조향사들이 각자 생각하는 프리지아 향을 만들어내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더 이상적이고 완벽한 꽃향기를 느낄 수 있어요.

봄날의 꽃집

5. 이런 분들께 추천하고 싶어요

추천 대상과 상황

  • 향수 입문자: 호불호가 거의 없는 안전한 선택
  • 데일리 향수를 찾는 분: 언제 어디서 뿌려도 부담 없어요
  • 깨끗한 이미지를 원하는 분: 첫인상이 중요한 미팅이나 데이트에 완벽
깨끗한 화이트 셔츠를 입고 자연스럽게 미소 짓는 여성의 모습

어울리는 상황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 뭔가 깨끗하고 상쾌한 느낌으로 가고 싶다”할 때 딱이에요. 컨디션 난조일 때도 멀미하지 않는 몇 안 되는 향수 중 하나거든요. 심지어 남성분들도 갑작스럽게 여자친구를 만나게 됐을 때 뿌리고 나가면 깨끗하고 귀여운 느낌을 줄 수 있어요.

특히 선물로도 정말 좋은 선택이에요. 향수 선물은 개인 취향이 워낙 다양해서 어려운데, 산타마리아노벨라 프리지아는 정말 싫어하는 사람을 찾기 힘든 향이거든요. 저도 향수에 관심 없던 친구에게 선물했는데, 지금은 그 친구가 향수 덕후가 됐어요.

A young woman in her 20s with clean, natural makeup wearing a white cotton shirt

6. 패키징과 디자인의 매력

산타마리아노벨라 프리지아의 패키징도 정말 예술품 수준이에요. 전통적인 유리병에 금박으로 새겨진 로고가 고급스러우면서도 클래식한 느낌을 주거든요. 화장대에 놓아두면 그 자체로도 인테리어 소품이 될 정도예요.

특히 박스 디자인이 정말 예쁜데, 크림색 바탕에 금박으로 처리된 글씨가 마치 고급 문구류 같은 느낌을 줘요. 선물용으로도 포장지 없이 그대로 주어도 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아요.

7. 현실적인 성능 체크

지속력: 솔직히 아쉬워요

지속력은 2-3시간 정도로 짧은 편이에요. 오드 코롱 타입이라 향료 농도가 낮아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장시간 외출할 때는 휴대용 보틀을 챙겨야 해요. 하지만 이게 또 장점이 되기도 해요. 향이 너무 강하지 않아서 주변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거든요.

확산력: 적당히 매력적

확산력은 보통 수준이에요. 팔 길이 정도에서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느낌이라, 가까이 있는 사람들만 알아차릴 수 있는 정도예요. 이것도 데일리 향수로는 딱 적당한 것 같아요.

계절감: 사계절 OK

계절을 타지 않는 것도 큰 장점이에요. 봄에는 싱그러움을, 여름에는 시원함을, 가을에는 포근함을, 겨울에는 따뜻함을 각각 다르게 느낄 수 있어요. 마치 사계절 내내 입을 수 있는 기본 티셔츠 같은 존재죠.

성별감: 여성 80%, 남성 20%

성별로는 여성향이 80%, 남성향이 20% 정도예요. 하지만 요즘은 성별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어서, 깨끗한 향을 좋아하는 남성분들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어요.

8. 가격 대비 만족도와 구매 팁

가격은 100ml 기준으로 15만원 정도인데, 니치 향수 치고는 접근하기 쉬운 가격대예요. 특히 브랜드의 역사와 품질을 고려하면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지속력이 아쉬워서 자주 뿌려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50ml 용량을 먼저 사보시는 걸 추천해요.

구매할 때 팁이 있다면, 가끔 백화점에서 기획전을 하거나 세트로 판매할 때가 있어요. 그때 미니어처나 핸드크림과 함께 구매하면 더 알차게 살 수 있답니다. 또한 온라인보다는 직접 매장에서 테스트해보고 구매하시는 걸 추천해요. 같은 향수라도 개인의 피부에 따라 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거든요.

9. 마무리하며 드리는 솔직한 후기

산타마리아노벨라 프리지아는 정말 ‘안전한’ 향수예요. 하지만 여기서 안전하다는 건 지루하다는 뜻이 아니라,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보편적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에요. 800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이유가 있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이 향수를 뿌리고 나면 마음도 같이 깨끗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복잡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와서 샤워하고 이 향수를 뿌리면, 모든 피로가 사라지는 것 같거든요.

물론 지속력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서 더 자주 뿌리게 되고, 그럴 때마다 그 순간의 깨끗함을 다시 느낄 수 있어요. 어쩌면 이것도 이 향수만의 특별한 매력일지도 모르죠.

사실 향수라는 게 단순히 좋은 냄새를 내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산타마리아노벨라 프리지아 같은 향수는 착용하는 사람의 기분과 자신감까지 바꿔주는 마법 같은 힘이 있어요. 이 향수를 뿌리고 나면 자연스럽게 등이 쭉 펴지고, 미소가 절로 나오게 돼요.

만약 향수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이라면, 또는 복잡한 향에 지치신 분이라면, 산타마리아노벨라 프리지아를 한 번 경험해보시길 추천해요. 아마 향수에 대한 생각이 바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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